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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는 월급 받고 저축하고 연금 넣으면서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왜 우리는 평생 일해도 결국 제자리일까?" 그러다 우연히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에 대한 자료를 파고들게 됐는데, 제 생각엔 이건 단순히 돈 많은 회사 얘기가 아니더라고요. 오늘은 제가 조사하고 느낀 걸 최대한 쉽게 풀어드릴게요.
실패에서 태어난 시스템, 알라딘
제 경험상 성공 스토리보다 실패 스토리가 더 배울 게 많더라고요. 블랙록의 시작도 그랬어요. 1986년, 레리 핑크라는 사람은 월스트리트에서 잘 나가던 채권 트레이더였어요. 그런데 금리 예측이 완전히 빗나가면서 회사에 엄청난 손실을 안기고 하루아침에 해고당했습니다.
저라면 그냥 좌절했을 것 같은데, 이 사람은 달랐어요. "왜 나는 틀렸을까"만 계속 파고들었대요. 그리고 내린 결론이 인상 깊었습니다. 사람의 감이나 경험은 믿을 게 못 된다는 거였죠. 그래서 감정을 완전히 빼고 데이터로만 위험을 계산하는 시스템을 만들기로 합니다. 그게 바로 '알라딘'이에요.
알라딘은 쉽게 말하면 초강력 위험 계산기예요. 주식, 채권, 환율 같은 걸 다 연결해서 하루에도 수십만 번씩 "이 상황에서 얼마나 손해 볼 수 있는지"를 시뮬레이션 돌리는 거죠. 핵무기 개발할 때 쓰던 확률 계산법을 금융에 그대로 가져다 쓴 거라고 하니, 저는 이 발상 자체가 참 놀랍다고 생각했어요. 핵심은 "얼마나 버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안 무너지느냐"였다는 점, 저는 여기서 진짜 통찰을 느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블랙록의 도약
2008년 금융위기 때 얘기를 보면서 저는 소름이 돋았어요. 리먼 브라더스가 무너지고 전 세계 금융시스템이 붕괴 직전까지 갔을 때, 미국 정부조차 자기네 부실 자산을 제대로 분석 못 했다고 해요. 그때 정부가 손을 내민 곳이 바로 블랙록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저는 뭔가 흐름이 바뀌었다고 느꼈어요. 정부는 정책을 만들지만, 정작 그 판단에 필요한 핵심 분석은 민간 회사인 블랙록에 의존하게 된 거죠. 이후 블랙록은 세계 최대 ETF 브랜드인 아이셰어즈까지 인수하면서 자산운용 업계 최강자로 올라섭니다.
여기서 제가 흥미롭게 본 부분은 '공동소유' 구조예요. 아마존 주주 명단을 보면 블랙록과 뱅가드가 상위권에 있는데, 재밌는 건 블랙록의 주요 주주 중 하나가 뱅가드 펀드이고, 뱅가드의 주요 주주 중 하나가 블랙록 펀드라는 거예요. 서로가 서로를 소유하는 순환 고리인 거죠.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누가 진짜 주인인지 추적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겠구나" 싶었어요. 우리 국민연금도 해외 투자의 상당 부분이 블랙록 펀드와 연결돼 있다고 하니, 결코 남 얘기가 아니더라고요.
공동소유의 역설, 경쟁의 재설계
이 부분이 제일 신기했던 건데요,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기업들, 예를 들면 보잉과 에어버스, 코카콜라와 펩시 같은 회사들의 주주 명단 맨 앞줄에는 항상 같은 이름들이 있대요. 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 스트리트. 이 세 회사가 경쟁사들의 대주주를 동시에 맡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저는 이걸 보고 "경쟁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흘러가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선수들은 열심히 싸우는데, 경기장 주인은 누가 이기든 입장료를 챙기는 구조랄까요. 한쪽이 완전히 무너지는 것보다 전체 시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게 큰손 투자자 입장에서는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는 거예요.
이 대목에서 저는 "우리가 소비자로서 느끼는 답답함, 예를 들어 원가가 내려도 가격이 잘 안 내려가는 현상이 혹시 이런 구조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물론 확실한 인과관계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최소한 심판과 선수가 같은 배를 탄 상황이라면 경쟁의 강도가 예전 같지 않을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그리고 이런 구조 때문에 소유는 대중화됐지만 실제 의사결정권은 여전히 소수 기관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해요.
ESG와 인프라, 자본의 마지막 퍼즐
솔직히 저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착한 기업 되자는 캠페인이겠지"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자료를 읽으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레리 핑크가 매년 초 전 세계 CEO들에게 보내는 편지에 ESG 얘기가 담기기 시작하면서, 이게 단순한 도덕적 메시지가 아니라 위험관리 언어에 가깝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기후 규제가 강해지면 자산 가치가 흔들리니, 미리 대비하자는 논리였던 거죠.
그런데 정작 ESG를 강조하던 블랙록이 화석연료 기업의 큰 주주이기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린워싱 아니냐"는 비판도 받았어요. 저는 이 대목에서 완벽한 선인도, 완벽한 악당도 없구나 싶었습니다.
더 눈에 띄는 건 최근 움직임이에요. 블랙록은 공항, 항만, 전력망 같은 실물 인프라에 직접 지분을 확보하기 시작했어요. 미국의 한 전력회사 인수 사례를 보면, 투자금의 대부분을 회사 이름으로 빌리고 그 빚을 갚는 건 결국 전기요금 내는 주민들이라는 구조더라고요.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최근 전남 해남 쪽에 대규모 전력·데이터센터 투자 이야기가 나온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고 봅니다. 저는 앞으로 이런 인프라 투자 뉴스를 볼 때마다 "누가 진짜 이익을 가져가는가"를 한 번 더 따져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글을 마치며
이 자료를 다 읽고 나서 제가 느낀 건, 블랙록이 딱히 '악당'이라기보다는 자본주의가 지금까지 흘러온 결과물에 가깝다는 거예요. 리스크를 통제하려는 노력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거대한 구조가 만들어진 거죠. 다만 저는 이 구조를 모르고 사는 것과 알고 사는 건 확실히 다르다고 생각해요. 제 연금과 ETF 수수료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한 번쯤 들여다보는 습관, 저부터 가져보려고 합니다. 앞으로 저는 투자 뉴스를 볼 때 "누가 이득을 보는 구조인가"를 좀 더 눈여겨볼 것 같아요.